2026년을 앞두고 113년간 유지되어 온 달러 중심의 화폐 질서가 소리 없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1972년 닉슨 시대 아서 번즈 연준 의장의 정치적 굴복이 54년 만에 다시 반복될 조짐을 보이며, 5월 15일 제롬 파월 의장의 퇴임 이후 연준의 독립성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유동성 정책의 실체와 비트코인이 새로운 가치 저장 수단으로 부상하는 배경을 역사적 맥락과 비판적 시각을 통해 살펴봅니다.
1972년 아서 번즈와 연준 독립성의 위기
1972년 백악관 집무실에서 닉슨 대통령과 아서 번즈 연준 의장 사이에 벌어진 대화는 중앙은행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순간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재선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위해 닉슨은 번즈에게 노골적으로 유동성 확대를 압박했고, 번즈는 113년 연준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항복 선언을 하며 금리를 8%에서 4%로 급격히 인하했습니다. 당시 인플레이션이 이미 위험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시된 이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듯 보였습니다.
시중에 공짜나 다름없는 돈이 넘쳐나자 사람들은 저축 대신 자산 매입에 나섰고, 빚을 내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 되는 왜곡된 경제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물가 상승률이 금리를 추월하면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전환되었고,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며 사람들은 신이 내린 호황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실물 경제의 체력과 무관하게 오직 찍어낸 종이의 힘으로만 밀어올린 가짜 낙원이었습니다.
파티가 끝난 자리에는 역사상 가장 잔인한 청구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 미국은 대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과 마주했고, 평생의 노고가 담긴 화폐의 구매력은 속절없이 희석되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물가를 잡기 위해 뒤늦게 올린 금리가 기업들의 숨통을 끊어놓았고, 영원할 것 같던 주가마저 반토막이 났다는 점입니다. 아서 번즈가 열어젖힌 것은 유동성의 문이 아니라 중산층의 삶을 통째로 삼켜버릴 괴물의 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사례를 현재 상황과 직접 등치시키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1972년의 인플레이션은 금태환 중단, 오일쇼크, 생산성 둔화 등 복합적 요인이 얽혀 있었으며, 단순히 정치가 중앙은행을 장악했다는 한 문장으로 환원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연준 역시 정치적 압력을 받는다는 비판은 존재하지만, 제도적 독립성과 투명성, 시장 감시 체계는 1970년대와 구조적으로 다릅니다. 역사적 비유가 주는 경각심은 유효하지만, 이를 동일선상에 놓고 화폐 질서 붕괴를 단정하는 것은 과도한 서사일 수 있습니다.
| 시기 |
연준 의장 |
주요 사건 |
결과 |
| 1972년 |
아서 번즈 |
닉슨 압박으로 금리 8%→4% 인하 |
1970년대 대인플레이션 발생 |
| 2026년 |
케빈 워시(예상) |
트럼프 행정부 영향력 확대 |
연준 독립성 약화 우려 |
2026년 유동성 정책의 삼중 구조: OBBA, 단기 국채, SLR 완화
2026년 현재 미국의 경제는 겉보기에 평온하지만, 그 밑바닥에서는 뒷문을 통한 유동성이 조용히 흐르고 있습니다. 첫 번째 통로는 OBBA 법안입니다. 이 법안의 영향으로 미국 가구당 300달러에서 1,000달러 수준의 현금이 지급되고 있으며, 고소득 자산가들에게는 더욱 거대한 환급금이 꽂히고 있습니다. 개별 가구에게는 소박한 보너스일지 몰라도, 국가 전체로 보면 수천억 달러의 현금이 한꺼번에 시장에 투하되는 것과 같습니다.
연준이 앞문에서 긴축이라는 방패를 들고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애쓰는 동안, 백악관과 재무부는 뒷문을 열어 유동성이라는 기름을 들이붓고 있는 셈입니다. 두 번째 통로는 재무부의 정교한 부채 설계입니다. 재무부는 자금을 장기에 묶어두는 장기 국채 대신 사실상 통화 기능을 수행하는 단기 국채를 대량으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채 자체를 유동성의 공급원으로 치환하는 기술적 설계로, 정부의 부채가 화폐와 다름없이 유통되는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세 번째 통로는 SLR 규제 완화입니다. 팬데믹 당시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던 이 조치를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열고 있습니다. 은행이 국채를 사들일 때 지불해야 했던 자본금이라는 통행료를 없애버림으로써 시스템의 물리적 한계를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연준이 금리를 묶어두고 있어도 재무부가 뿌린 단기 국채를 담보로 월가 대형 은행들이 수조 달러의 자금을 시장에 뿌릴 수 있는 통로가 열립니다. OBBA가 유동성의 원천이라면, 단기 국채는 물살을 앞당기는 수로이며, SLR 완화는 그 에너지를 가로막던 마지막 둑을 허무는 작업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을 모두 하나의 거대한 유동성 음모 설계도로 묶는 해석은 정책의 다양한 목적과 제약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일 수 있습니다. 재정지출과 통화정책은 때로 상충하고, 때로 보완적이지만, 이를 의도적 통화 훼손 프로젝트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입니다. 단기 국채 발행이 곧 부채를 화폐로 치환하는 것이라는 표현 역시 재정 운용의 기술적 측면을 극적으로 과장한 설명에 가깝습니다. 정책 분석은 서사적 장엄함이 아니라 데이터와 정책 맥락, 시장 구조를 균형 있게 고려한 냉정한 분석 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비트코인과 블랙록: 새로운 금융 질서의 탄생인가
2026년 5월 15일 제롬 파월이 떠난 자리에 남겨질 것은 완전한 독립성이라는 화려한 이름표가 아닙니다. 매분 수백만 달러씩 불어나는 부채 이자라는 물리적 중력과 시장 호황이라는 정치적 요구가 이미 연준의 경로를 단 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차기 연준 의장으로 거론되는 케빈 워시는 월가의 세련된 언어를 구사하지만, 그 이면에는 백악관의 의지를 읽는 집행관의 심장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워시의 논리는 매우 정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는 단순히 돈을 풀자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금리를 낮춰 성장을 자극하되 AI가 불러온 생산성 혁명이라는 방패를 내세워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큽니다. 50년 전 아서 번즈가 치솟는 물가 앞에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라는 마술을 부렸듯, 워시는 AI 생산성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제시할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시아 루미스 의원이 발의한 비트코인 액트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단순한 정책적 제안을 넘어선 시대를 가르는 묵직한 선언입니다. 달러의 신뢰가 정치적 압박으로 흔들릴 때, 그 누구도 위조할 수 없고 어떤 대통령도 공급량을 조절할 수 없는 비트코인을 국가의 전략적 예비 자산으로 명문화하겠다는 의지입니다. 1933년 루스벨트가 금을 모아 달러 패권을 세웠듯, 2026년 트럼프는 비트코인을 공식적인 자산의 영역에 편입시킴으로써 정치가 훼손한 달러의 신뢰를 알고리즘의 불변성으로 보충하려는 거대한 설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체제 전환의 흐름을 가장 먼저 읽은 이들은 월가의 거인들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가 비트코인을 안전 자산이라 칭송하며 자산 토큰화 펀드인 BUIDL을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BUIDL은 기존 금융 자산을 낡고 느린 은행의 병목 현상을 건너뛰어 24시간 멈추지 않는 디지털 네트워크 위로 옮기는 디지털 방주입니다. 블랙록은 침몰하는 구체제를 구원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가치가 훼손되는 법정 화폐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블랙록이 비트코인을 제도권 금융의 중심으로 끌어들인 진짜 이유는 어떤 권력도 훼손할 수 없는 비트코인을 자신들이 관리하는 거대 자본이 대피할 수 있는 유일한 중립 지대로 설정하기 위함입니다. 정치가 화폐를 사유화하고 신뢰를 갉아먹을 때 거대 자본은 본능적으로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자산을 향해 움직입니다. 이것은 법정 화폐의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전 세계의 자본이 가장 먼저 도착할 금융 통로를 선점한 것입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왕관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결론은 전제에 비해 지나치게 단정적입니다. 비트코인은 공급이 고정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변동성, 규제 리스크, 기술적 취약성, 거버넌스 문제 등 다양한 리스크도 동시에 존재합니다. 달러의 신뢰가 일부 훼손된다고 해서 자동으로 비트코인이 글로벌 준비자산으로 대체된다는 인과는 아직 실증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위기 시 자금이 달러와 미 국채로 몰리는 현상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블랙록과 루미스 법안 등의 사례를 들어 거대 자본은 이미 알고 있다는 식으로 전개하는 부분도 일종의 권위에 대한 호소입니다. 기관의 참여가 곧 가격 상승이나 체제 전환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 요소 |
법정 화폐(달러) |
비트코인 |
| 공급 통제 |
중앙은행 재량 |
알고리즘으로 고정(2,100만 개) |
| 정치적 영향 |
정치 압력에 취약 |
권력 개입 불가 |
| 변동성 |
상대적으로 안정 |
높은 가격 변동성 |
| 제도적 신뢰 |
113년 연준 역사 |
규제 리스크 존재 |
결국 이 글이 제시하는 내용은 경제적 분석이라기보다는 강한 상징과 대비를 활용한 설득적 내러티브에 가깝습니다. 화폐 시스템의 변화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 있지만, 그것이 곧 달러 붕괴와 비트코인 필연적 승리라는 이분법적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과도합니다. 역사는 분명 반복되지만, 맥락은 늘 다릅니다. 1972년의 교훈은 유효하지만, 2026년의 현실은 제도적 방어막과 시장의 복잡성, 그리고 다층적 리스크 요인들이 얽혀 있습니다. 투자 판단은 서사적 장엄함이 아니라, 데이터와 정책, 시장 구조를 균형 있게 고려한 냉정한 분석 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아서 번즈 시대의 인플레이션과 현재 상황은 얼마나 유사합니까?
A. 1972년 아서 번즈 의장이 정치적 압력으로 금리를 급격히 인하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인플레이션은 금태환 중단, 오일쇼크, 생산성 둔화 등 여러 복합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현재 연준은 제도적 독립성과 투명성이 당시보다 훨씬 강화되어 있으며, 역사적 비유는 경각심을 주지만 직접적 비교는 신중해야 합니다.
Q. OBBA, 단기 국채, SLR 완화가 실제로 유동성 확대로 이어지나요?
A. OBBA를 통한 가계 환급, 단기 국채 대량 발행, SLR 규제 완화는 각각 유동성을 늘릴 수 있는 정책 수단입니다. 하지만 이를 모두 하나의 음모적 설계도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합니다. 각 정책은 서로 다른 목적과 제약을 가지고 있으며, 재정과 통화정책은 때로 상충하기도 합니다.
Q.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할 글로벌 준비자산이 될 수 있나요?
A. 비트코인은 공급이 고정되어 있고 정치적 개입이 불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높은 변동성, 규제 리스크, 기술적 취약성 등 여러 한계도 존재합니다. 달러의 신뢰가 흔들린다고 해서 자동으로 비트코인이 글로벌 준비자산이 된다는 보장은 없으며, 위기 시 여전히 달러와 미 국채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Q. 블랙록의 BUIDL과 비트코인 투자는 체제 전환을 의미하나요?
A. 블랙록이 비트코인 ETF와 자산 토큰화 펀드인 BUIDL을 출시한 것은 수익 기회를 포착한 것이며, 이것이 곧 법정 화폐 체제의 붕괴나 비트코인 중심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조건이 바뀌면 언제든 전략을 수정할 수 있으며, 제도권 참여가 곧 가격 상승이나 체제 전환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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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ALqkIhvGRZA